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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19) 손현순 교수 약사공론 시론 집필

작성자
gcp
작성일
2018-04-02 17:41
조회
3881

봄꽃 이야기 그리고 교양 이야기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실 손현수 교수



오늘 아침엔 커피 말고 향기 진한 꽃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약대 신입생들, 그대들과 따뜻한 봄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한다. 이맘때면 언제나 다가와준 봄이었지만 이번 봄은 그대들에게 특별한 선물같은 봄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지금쯤 저 아래 변산에는 바람꽃이 땅위로 하얗게 피어났겠다. 광양 섬진강변 낮은 언덕엔 하얀 매화가 그득할 것이고, 구례 산동마을에는 노란 산수유꽃이 그려낸 수채화 풍경이 봄 햇살을 받아 눈부실 게다. 누군가는 하늘에서 내려온 별들이 아침이 되어도 돌아가지 않은 게 꽃이라 했단다.

그 별들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 참으로 부드러운 마음을 갖게도 하고 더없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하니, 우리는 봄에 피는 수많은 꽃들을 예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의 삶이 언제나 봄날은 아니어서 불현듯 닥치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 아침에는 그 별들과 함께 한 지난 날의 추억이 오히려 우리 가슴을 더 아리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대들이 선물받은 특별한 이 봄엔 그 별들을 가슴 한가득 담아보면 좋겠다.

희끗해진 머리카락을 염색해 가며 사는 지금, 많은 추억을 간직하는 것만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조금씩 더 깊어지는 중이다.

아마 그대들은 지금 많이 어렵고 빡빡한 공부를 해 내느라 숨이 가쁠 게고, 그래서 꽃이나 별 같은 것에 눈길 주고 마음 쓸 여유가 없노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아주 지치거나 힘이 들 때면 흔들림없이 기댈 수 있는 자연, 그 커다란 자연의 힘을 그대들 내면에 끌어들여와 단단히 묶어두면 좋겠다.

그러니 그대들의 반짝이는 오색 감성에 절대 인색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이를 자연에 대한 감성이라 쓰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이라 읽어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저명한 학자는 갇혀있는 생각의 틀을 깨고 책상 위에 올라서서 더 넓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 공부라고 말하였다. 그런 점에서, 멈추어 있는 딱딱한 지식만이 아니라 흘러가는 세상을 보며 부드럽게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양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많은 지식을 쌓아서 박학다식한 사람이 되는 것을 넘어서서, 기성의 진리체계를 흔들어 보고 익숙한 것들을 비판해 보기도 하고, 어떤 현상 뒤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뒤집어서 찾아내 보기도 하면서, 세상의 겉과 안을 그리고 나와 내 바깥을 함께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 말이다.

그렇게 자신을 성찰하며 키워 나가고 내 곁의 또 다른 그대에게 손 내밀며 서로가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도록 힘이 되어 주는 시간여행을 하였으면 좋겠다.

지난 일요일 오후, 객관적 기준에 따라 확인되는 신체의 이상소견에 초점을 둔 질병 중심의 치료적 관점을 벗어나서 환자를 돌보는 개념이 적용된 사람 중심의 관점을 임상 현장에 실현함에 있어서의 소통의 역할과 중요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던 약사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 약대 학생들의 진지한 귀기울임이,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기에 의심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언제나 정답 즈음으로 인식했던 세상의 구조들에서부터 기존의 질병이나 치료법에 대하여 조금 다른 각도로 흔들어 생각해 보려는 의도로 시작한 강의에서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우리 학생들의 또랑또랑한 표정들이, 그러한 방향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아서, 참으로 반갑고 소중하다.

이렇듯 그대들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너른 감성과 애정을 교양 공부를 통해 더욱 키워 나간다면, 그대들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그대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밤이 되었다. 이 밤이 가고 내일 아침이 되어도 하늘로 돌아가지 않는 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그런 설렘을 안고 내일도 오늘처럼 그대들과 따뜻한 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