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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5) 손현순 교수 약사공론 시론 집필

작성자
gcp
작성일
2018-04-02 17:38
조회
3195

강의계획서에 넣고 싶은 전문직에 대한 키워드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실 손현순 교수



잘 닦인 구리-포천고속도로의 개통은 포천캠퍼스를 오가는 길을 한층 즐겁게 해 주었다. 운전이 편안해진 만큼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풍광으로부터 받는 느낌과 생각이 좀 더 섬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언덕을 덮은 수채화와도 같은 한 무더기 야생화들, 그윽하게 둘러앉은 아직은 짙푸른 산들, 멀고도 가까이에서 이 모든 것들을 에워싸고 있는 하늘, 그리고 밝은 햇빛과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여행하는 뽀얀 구름들. 이런 경치를 하루 두 시간씩이나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리는 셈이다.

이 땅 위에서 생명을 얻은 우리들이 흔들리며 걸어가는 몇 십 년의 여정에서 이런 자연의 품이란 어쩌면 절대적 존재인지 모르겠다. 비록 혼자 걷는다 해도 그것이 쓸쓸함만은 아니라고, 비록 구불구불한 길을 걷는다 해도 그것이 뒤처짐만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주기 때문이다. 혼자이기에 촉촉하고도 깊은 생각을 가능케 하고, 구불구불하기에 옆 사람의 표정도 살피고 손잡아주는 게 가능한 것이라고 말이다.

하늘의 구름이 내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저 구름을 솜이라고 생각했던 어린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함께 소꿉장난하며 같은 하늘, 같은 구름을 보았던 어린아이들은 지금 모두가 어른이 되어 있고 서로가 참 많이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그렇지만 어린아이였던 그 때처럼 여전히 같은 하늘, 같은 구름 아래 모두가 살아가고 있노라고 답해 보았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은 어떤 답을 할지 듣고 싶었다. [구름추적자들]에 관한 짧은 영상다큐를 보여주는 것으로 질문을 대신하였다. [개빈프레터피니]라는 영국작가가 만든 [구름감상협회]의 [구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선언문이, 한낱 세상물정 모르는 극소수 낭만주의자들의 행위가 아니라, 이 땅 위에 존재하는 시간 동안 우리들이 소중하게 지켜내야 할 투명한 마음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구름을 올려다보며 자유롭게 상상하는 어린아이들과, 현실의 무게 때문에 땅 위만 바라보며 걷기에도 바쁜 어른들 사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구름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지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창문 없는 강의실에서도 우리 학생들은 파란 하늘을 보고 있었다.

내친 김에 주말 동안 직접 구름사진을 찍어오라는 숙제를 내었고, 많은 학생들이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 한 장 한 장 속에서 하얀 구름과 함께 찍힌 우리 학생들의 투명하고 예쁜 마음을 나는 보았다.

덕분에 캠퍼스에서 우리 학생들과 나누는 인사말이 하나 더 늘었다. 왜 그런 숙제를 내 주었는지 알 것 같다며, 이제 하늘을 더 자주 올려다보게 되었다며, 그리고 지금 여기에 여전히 구름추적자들이 많이 있다며, 우리는 미소를 주고받게 되었다. 덤이다.

이제 귀 아프게 듣고 있는 4차산업혁명 지능정보기술의 미래시대에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야 할지 누군가가 묻는다면, 다소 생뚱맞을지언정 나는 한낱 구름을 올려다보는 일이 우리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말로 답을 대신하려 한다. 하늘의 구름을 마음속에 들여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한 경쟁이나 전쟁 같은 것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며, 공존과 아름다운 세상 같은 것을 서로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도 더없이 파란 하늘과 그림 같은 구름이 우리에게 희망과 상상을 선물하고 있다. 그 소중한 선물을 가슴 가득 끌어안아 본다. 그러한 선물이 가득한 학교 캠퍼스에는 어른이 되어서도 구름을 사랑하며 살아갈 미래의 약사들이 있다.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 약사공론 바로가기